예화

디오게네스와 알렉산더 대왕

세상을 빛으로 2009. 5. 22. 10:10

 

알렉산더 대왕이 인도로 가는 길에 디오게네스를 만났다.

한겨울의 아침나절 이었다. 바람이 찼다. 디오게네스는 강둑의 모래 위에 비스듬히 누워서 일광욕을 즐기고 있었다. 그는 아름다운 사람이었다. 아름다운 영혼은 세속적인 것과는 전혀 다른 어떤 아름다움을 발산한다.

알렉산더는 그의 모습이 도무지 믿기지 않았다. 그래서 발걸음을 멈추고 경외스런 어투로 말을 건넸다.

“선생...”

알렉산더는 난생 처음으로 "선생"이란 말을 쓴 것이었다.

“선생, 난 당신한테 단번에 감동하였소이다. 그래서 당신을 위해 뭔가 해드려야겠소이다. 뭘 해드리면 좋겠소?”

디오게네스가 말하기를,

“아 조금만 옆으로 비켜 서주셨으면 합니다. 햇빛을 가리고 계시니. 그뿐입니다.”

알렉산더가 말하기를,

“내가 세상에 다시 태어날 수만 있다면 신에게 청할 것이요. 이번엔 알렉산더가 아니라 디오게네스로 태어나게 해달라고”

디오게네스가 웃으며 말하기를,

“누가 감히 대왕의 길을 막겠습니까? 대왕께선 지금 어디로 가시지요? 여러 달 동안 군대가 이동하는 걸 보았습니다... 대왕께선 어디로 가십니까? 무슨 일로 가십니까?”

알렉산더가 말하기를,

“세계를 정복하러 인도로 가는 길이오.”

디오게네스가 묻기를,

“그런 다음에 뭘 하시렵니까?”

알렉산더가 말하기를,

“그야 편히 쉬어야지요.”

디오게네스가 웃으며 말하기를,

“대왕께선 참 어리석소이다! 난 지금 쉬고 있질 않습니까. 난 세계를 정복하지도 않았고, 또 그럴 필요성조차 못 느끼지만 지금 아주 편안히 쉬고 있소이다. 대왕께서 정말 편히 쉬고 싶다면 지금 당장 왜 그리 못하십니까? 편히 쉬기 전에 먼저 세계를 정복해야 한다고 누가 그럽디까? 대왕께 말해 두지만 지금 당장 편히 쉬지 못하신다면 끝내 그럴 수 없을 것이오. 대왕께선 결코 세계를 정복하지 못하실 겁니다... 대왕께선 여행 중에 죽게 될 것이오. 그리고 딴 많은 사람들도.”

알렉산더는 디오게네스에게 그 충고를 마음 깊이 간직해 두겠다고 말하며 감사를 표했다. 그렇지만 자신의 길을 멈출 순 없었다. 그는 정말 여행 중에 목숨을 잃었다. 길에서 죽은 것이다.

그 후 이상한 얘기가 전해 내려 왔는데, 디오게네스도 알렉산더가 죽던 그날 똑같이 죽었다는 것이다. 그래서 두 사람은 신에게로 가는 길에 강을 건너다가 만나게 되었다는 것이다. 알렉산더는 등 뒤에서 누가 부르는 소리에 고개를 돌렸다. 몇 발짝 뒤에 디오게네스가 보였다. 아 아름다운 사람. 알렉산더는 깜짝 놀라 저도 모르게 중얼거렸다. 그는 창피를 무릎 쓰고 외쳤다.

“이거 또 만나게 되었구려. 황제와 거지가 말이요”

디오게네스가 말했다.

“그렇군요. 한데 당신은 뭔가 오해하고 있소. 누가 거지고 누가 황제인지 모르는 것 같소. 나는 삶을 완전히 살고 누렸으므로 신을 만나게 될 것이오. 그러나 당신은 신을 만나지 못할 것이오. 당신은 나조차도 볼 줄 모르지 않소. 당신은 내 눈조차 들여다 볼 줄 모르오. 당신의 삶은 완전히 헛된 것이었소."

 

디오게네스의 명언 몇 마디

 

사람은 물욕에 집착이 심하면

심할수록 약해진다.

그리고 스스로 결박을 한다.

언제든지 죽을 준비가 되어 있는

사람만이 참된 자유인이다.

이미 죽음의 유혹에서 벗어난 사람은

아무도 그를 노예로 할 수 없고

그 무엇도 그를 결박하지 못한다.

 

 

불을 대하듯 윗사람을 대하라.

타지 않을 정도로 다가가고

얼지 않을 정도로 떨어져라.

 

 

디오게네스는 문자를 사용하기를 꺼려했다. 그는 동창생들에게 이렇게 말하곤 했다.

"자네들은 왜 오디세우스의 고통을 '읽느라' 시간을 허비하는가? 정작 자네들 자신의 고통은 돌보지 않으면서 말일세.

그는 동창생들이 악기 연주를 익히는데 시간을 보내는 것에 대해서도 한 마디 했다.

"리라를 퉁기는데 시간을 허비하고 있군 그래. 음률을 고르는데 시간을 보내지 말고 제발 자네들의 영혼의 조화를 고르는데 힘써보게나."

웅변이라고 해서 예외는 아니었다.

"웅변가들을 보게나. 말끝마다 다른 사람의 죄와 부정을 들추어 비난하고 있지만, 정작 자신의 죄와 부정에 대해서는 한 마디 말이 없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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